지난달, 온 가족이 함께 온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팔순을 맞이하신 아버지, 어머니, 두 딸, 그리고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까지.
가게 매출은 반토막이 나고, 한 푼이 아쉬운 시절이라 사실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드셨나 싶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장거리 운전도 어려우시고, TV 속 예쁜 여행지는 그저 '그림의 떡'일뿐인 부모님.
아이들도 함께 여행을 간 지 1년이 훌쩍 넘었으니, 겸사겸사 짧은 1박 2일 길을 나섰습니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꿈결 같았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현실의 무게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을 낼 여유도, 돈을 쓸 여유도 없는데 이런 걸 누려도 될까...'
별것 아닌 여행길인데도, 왜 나는 이렇게 마음 편히 웃지 못하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까.
돈이라는 게 뭐라고, 나를 이토록 초라하게 만드는 걸까.
좋은 딸이 되고 싶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경제적인 여유가 그 자리를 자꾸만 빼앗아 가는 것 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시는 아버지의 붉어진 얼굴을 보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돌아가면 갚아야 할 걱정들로 가득했으니까요.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부모님의 "고맙다"는 짧은 한마디가 내 마음을 툭 건드렸습니다.
내가 초라하다고 느꼈던 그 시간들이, 어쩌면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는 따뜻함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돈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가족을 사랑하는 내 마음마저 초라하게 만들지는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지금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사람이고,
가장 사랑받는 딸이자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 밤은 온천의 따뜻한 온기가 내 마음속 씁쓸함까지 다 녹여주었기를 바라봅니다.
[앤의 살림 노트: 마음이 초라해질 때]
* 초라함은 나의 탓이 아닙니다: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당신은 절대 초라하지 않습니다.
* 여행의 진짜 가치: 돈으로 산 것은 숙박과 밥상이지만, 우리가 남긴 것은 추억이라는 영원한 자산입니다.
* 사랑의 자리는 비어있지 않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사랑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는 충분합니다.
여러분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럴 때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이셨는지, 앤에게 살짝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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