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해방일기

[해방 일기] 제6화 : 요양병원 어머니의 눈물 섞인 외출, 그리고 따뜻한 국물 한 그릇

by richmome 2026. 1. 28.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리움, 요양병원 어머니의 서운한 진심을 뜨거운 전골 국물로 위로해 봅니다."

모두가 잠시 숨을 고르는 오후 3시 30분,
브레이크 타임의 정적을 깨고 전화기 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은 수화기 너머로 나이 지긋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언제 문을 여나요? 지금 근처인데..."

아직 오픈 준비도 덜 된 시각,
쓱 하고 열린 가게 문으로 휠체어를 탄 백발의 할머니와 아드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오전에 가끔 노모를 모시고 오시던 반가운 단골분이셨지요.
"어머니가 지난번에 여기서 참 맛있게 드셨다고 하셔서요."
아드님의 그 한마디에 저는 서둘러 앞치마를 고쳐 매고 주방 불을 켰습니다.

전골이  보글보글하게 끓어서 한 숟가락 떠서 드실 때쯤,
"엄마, 매워?" 하고 묻는 아드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얼른 주방으로 달려가
맵지 않은 진한 국밥 국물을 한 대접 끓여 내어 드렸습니다.
"어머님이 매워하신다기에 따로 조금 끓여 왔어요."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는 아드님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잠시 뒤,
쟁반을 정리하다 들려온 모자의 대화에 저는 그만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엄마, 왜 갑자기 밥 먹자고 했어? 병원에서 전화 와서 나 정말 놀랐잖아."
아들의 물음에 어머님은 훌쩍이는 목소리로 답하셨습니다.
"앞으로 오지 마라. 병원에 안 와도 된다... 내 혼자 잘 지낼 거니까 오기 싫으면 오지 마."

그 짧은 대화 속에 담긴 어머님의 고독이 제 가슴을 훅 찌르고 지나갔습니다.
자식 보고 싶은 마음에 병원에 전화를 걸어
'밥 먹자'라고 하셨을 그 간절함,
그리고 바쁜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내뱉는 그 서운함...

어린 시절,
우리를 씻기고 입히며 밤새 곁을 지켜주던 부모님은
이제 아이의 모습이 되어 요양병원 차가운 침대 위에서
자식의 발소리만 기다립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은 부모에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성인이 된 우리에게 부모를 돌보는 일은
왜 이토록 '시간을 내야만 하는' 어려운 숙제가 되어버린 걸까요.

어머님이 드시던 뜨끈한 국물에
당신의 마른 눈물 한 방울이 섞이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아드님도 부디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신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싶어 부르셨다는 것을요.

씁쓸한 마음을 누르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는 길,
제 마음에도 뽀얀 국밥 연기 같은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 [앤의 살림 노트: 부모님께 전하는 따뜻한 온도]

1. 마음을 녹이는 국물 요리:
어르신들은 소화력이 약해지고 입맛이 없으실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자극적인 양념보다는 사골처럼 진하고 순한 국물이 최고의 보약입니다.

2. 최고의 반찬은 '경청':
부모님이 엉뚱한 고집을 피우거나 서운한 말씀을 하실 때, "왜 그러세요"라고 묻기보다 그저 "그러셨구나" 하고 손을 잡아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3. 미루지 않는 안부:
우리에겐 내일이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가장 간절한 기다림일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짧은 안부 전화 한 통 어떠신가요?


오늘 가게를 찾아주신 그 어머님의 뒷모습이 자꾸만 잔상처럼 남습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고 돌아서는 자식의 무거운 발걸음,
그리고 홀로 남겨진 어르신의 고독...
여러분은 부모님과의 어떤 마지막 식사를 기억하시나요?

오늘 밤, 부모님께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댓글로 작게나마 남겨주세요.
제가 함께 그 마음을 안아드리고 싶습니다.